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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포기한 사회가 맞이할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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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5회 작성일 26-01-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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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농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특정 산업 하나를 내려놓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식량 생산을 넘어, 경제 구조·안보 체계·환경 관리·지역 공동체까지 함께 포기하는 선택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여전히 ‘효율이 낮은 산업’, ‘보조가 필요한 영역’, ‘미래보다는 과거에 가까운 분야’로 취급받곤 한다. 이러한 인식이 지속될 경우, 농업을 포기한 사회가 마주하게 될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하다.

가장 먼저 드러나는 문제는 식량 주권의 상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언제든 식량을 수입할 수 있다는 믿음은 평시에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 전쟁, 팬데믹, 보호무역 강화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식량 공급망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농업 기반이 무너진 사회는 가격 변동과 공급 차질에 취약해지고, 이는 곧 국민 생활의 불안정으로 직결된다. 식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국가는 경제적 독립성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농업 포기는 경제 구조의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농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식품, 바이오, 물류, 환경, 에너지 산업으로 확장되는 가치사슬의 출발점이다. 이 기반이 붕괴되면 관련 산업 전반이 해외 의존 구조로 전환되고, 국내 산업 생태계는 점차 비어간다. 단기적으로는 효율성이 높아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고용 창출 능력과 산업 다변화 가능성이 급격히 축소된다.

환경적 대가 역시 크다. 농업은 자연을 가장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산업이다. 경작지가 사라지고 농촌이 붕괴되면 토지 관리 기능은 약화되고, 이는 산림 황폐화, 수자원 관리 실패, 생태계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포기한 사회는 결국 환경 복원과 재난 대응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농업은 환경 부담의 원인이 아니라, 제대로 설계될 경우 환경을 관리하는 핵심 수단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 구조 측면에서도 농업 포기의 영향은 깊다. 농촌 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해체를 의미한다. 도시는 과밀화되고, 주거·교통·복지 비용은 급증한다. 지역 균형 발전의 축이 사라진 사회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반복적으로 떠안게 된다. 농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단지 농촌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농업을 포기하는 순간, 그 복원이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농업은 공장처럼 멈췄다 다시 가동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토지, 기술, 인력, 경험이 함께 축적돼야 유지된다. 한 세대만 단절돼도 회복에는 수십 년이 필요하다. 농업을 외주화한 사회는 위기가 닥쳤을 때 선택지가 거의 남지 않는다.

농업을 지키는 일은 낭만이나 보호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농업을 포기한 사회는 언젠가 식량 불안, 경제 취약성, 환경 비용, 사회적 불균형이라는 복합적인 대가를 치르게 된다. 반대로 농업을 전략적으로 유지하고 고도화한 사회는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도 선택권을 보유한다.

농업을 계속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진짜 질문은 농업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다. 농업을 포기한 사회가 맞이할 현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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