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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지구를 관리하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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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일일라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6-01-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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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흔히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정의된다. 무엇을 얼마나 재배하느냐, 생산성이 얼마나 되느냐가 농업의 성과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 정의는 농업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한다. 농업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만드는 산업이 아니라, 지구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산업이다. 이 관점을 놓치는 순간, 농업은 비용과 효율의 문제로만 축소되고 만다.

지구 표면에서 인간이 가장 넓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영역은 농업이다. 농경지, 초지, 과수원, 논과 밭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토지와 물, 생태계가 인간의 관리 아래 놓여 있는 영역이다. 농업은 이 광범위한 공간에서 토양의 상태를 유지하고, 물의 흐름을 조절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다시 말해 농업은 인간 사회가 지구와 맺는 가장 직접적이고 일상적인 관리 시스템이다.

이 점에서 농업은 환경의 가해자이기 이전에 관리자다. 물론 잘못 설계된 농업은 토양을 황폐화시키고, 수자원을 고갈시키며, 생물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이 사라진다고 해서 환경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관리 주체를 잃은 토지는 방치되고, 침식과 사막화, 재난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 농업은 자연을 소모하는 산업이 아니라, 자연을 관리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산업이다.

기후 변화 시대에 이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후 위기는 단순히 온도의 문제가 아니라, 물 순환과 토양 안정성, 생태계 회복력의 문제다. 이 모든 요소는 농업과 직결돼 있다. 농업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토양은 탄소를 저장하는 흡수원이 될 수도 있고, 배출원이 될 수도 있다. 농업은 기후 변화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는 산업이면서 동시에, 기후 변화의 영향을 완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간 활동 영역이기도 하다.

농업을 지구 관리 산업으로 볼 때, 수익성만으로 농업을 평가하는 접근이 왜 한계에 부딪히는지도 분명해진다. 토지 안정, 수자원 관리, 재난 예방, 생태계 유지라는 기능은 시장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능들이 사라질 경우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막대하다. 농업은 눈에 보이는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예방 비용은 회계 장부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농업의 관리 기능은 더욱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도시와 산업이 확장될수록, 자연과 인간 활동의 완충 지대는 줄어든다. 이때 농업은 산업과 자연 사이의 경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농업이 무너진 사회는 단지 식량을 수입하는 사회가 아니라, 환경 리스크를 통제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 이는 결국 재난 대응 비용, 사회적 불안, 장기적 경제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농업을 지구를 관리하는 산업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농업을 보호해야 할 낙후 산업으로 본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농업을 고도의 설계와 기술, 정책이 필요한 전략 산업으로 본다는 의미다. 토지 이용, 기후 대응, 식량 안정이라는 복합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농업을 단순히 유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함을 뜻한다.

지구는 자동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연은 회복되기보다 극단화되는 경우가 많다. 농업은 이 지구 관리의 최전선에서 작동해 온 산업이다. 우리가 농업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곧 우리가 지구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과 같다.

농업을 식량 산업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충분하지 않다. 농업은 지구의 토대 위에서 인간 사회가 지속되도록 설계된 관리 시스템이다. 이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농업은 비용의 대상이 아니라 지구와 사회를 함께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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